못 정하는 이유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점심 메뉴 하나를 20분씩 고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직 제안을 받고 반년째 답을 못 내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둘 다 '결정을 못 한다'고 뭉뚱그려지지만 원인은 전혀 다릅니다.
원인이 다르면 해법도 달라야 합니다. 자신이 어느 쪽인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유형 1. 최대화자 — 최선이 아니면 못 정합니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는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눴습니다. 최대화자(maximizer) 는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확인하고 최선을 골라야 만족합니다. 만족자(satisficer) 는 기준을 넘는 것이 나오면 거기서 멈춥니다.
최대화자는 객관적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만족도는 낮습니다. 고르고 난 뒤에도 확인하지 못한 선택지를 계속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해법: 최선을 찾지 말고 기준선을 미리 정합니다. "월급 이 정도, 출퇴근 이 정도면 간다"를 결정 전에 문장으로 적어두면, 그 기준을 넘는 첫 번째 선택지에서 멈출 수 있습니다. 기준은 선택지를 보기 전에 정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유형 2. 후회 회피형 — 틀릴까 봐 못 정합니다
이 유형은 선택 자체보다 나중에 후회할 자신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결정을 미루면 아직 틀리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느낍니다.
문제는 미루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라는 점입니다.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 동안 기회는 닫히고, 선택지는 남이 정해줍니다.
해법: "이 선택이 틀렸다면 되돌릴 수 있는가"를 먼저 묻습니다.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은 빨리 하고, 되돌릴 수 없는 결정에만 시간을 씁니다. 대부분의 고민은 되돌릴 수 있는 쪽에 속합니다.
유형 3. 선택 과부하형 — 선택지가 많아서 못 정합니다
시나 아이엔가와 마크 레퍼가 2000년에 발표한 실험이 있습니다. 마트에 잼 시식대를 차리고 한쪽은 24종, 다른 쪽은 6종을 놓았습니다. 24종 쪽에 사람이 더 많이 몰렸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진 비율은 6종 쪽이 훨씬 높았습니다. (다만 이 실험은 이후 재현 연구에서 결과가 엇갈렸고, 선택지가 많을수록 항상 구매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선택지가 늘어나면 관심은 커지지만 결정은 어려워집니다. 넷플릭스를 40분 넘기고 결국 아무것도 안 보는 경험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해법: 선택지를 먼저 3개로 줄입니다. 고르는 게 아니라 버리는 작업을 먼저 하는 겁니다. 기준 하나(예: 예산, 거리)로 기계적으로 잘라내면 남은 것 중에서는 훨씬 쉽게 정해집니다.
유형 4. 승인 대기형 — 남의 동의가 있어야 정합니다
이미 마음은 정해져 있는데 주변에 계속 물어봅니다. 답을 구하는 게 아니라 허락을 구하는 것입니다. 결과가 나빴을 때 혼자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미리 만드는 셈이기도 합니다.
이 유형은 조언을 많이 들을수록 더 혼란스러워집니다. 사람마다 다른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해법: 묻기 전에 자신의 답을 먼저 적습니다. 그리고 조언을 들으며 그 답이 흔들리는지 확인합니다. 흔들리지 않으면 이미 결정된 겁니다. 흔들린다면 무엇 때문에 흔들렸는지가 진짜 고민입니다.
네 유형에 공통으로 듣는 방법
유형과 무관하게 효과가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습니다.
- 마감을 정합니다. 고민의 질은 시간에 비례해서 좋아지지 않습니다. 어느 지점을 넘으면 같은 생각을 반복할 뿐입니다.
- 10-10-10을 씁니다. 이 결정이 10분 뒤, 10개월 뒤, 10년 뒤에 어떻게 느껴질지 각각 답해봅니다. 대부분의 고민은 10개월 뒤 시점에서 크기가 확 줄어듭니다.
- 동전을 던집니다. 동전을 따르라는 뜻이 아닙니다. 동전이 공중에 있는 동안 어느 쪽이 나오길 바랐는지를 보는 겁니다. 그 순간의 반응이 정보입니다.
마지막 방법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가 있습니다. 결정을 대신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지 못하게 만들던 마음을 밖으로 꺼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오라클볼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답을 대신 정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답이 나왔을 때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확인하게 해주는 도구에 가깝습니다.